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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 것은 '세월호'만이 아니다.'태도적 가치'에 대한 성찰을..
신성대  |  storyk204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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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4.22  1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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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해양경찰청

일본인들이 영어의 ‘아트(arts)’를 ‘예술(藝術)’로 번역하기 전, 그러니까 불과 백여 년 전만 하더라도 동양에선 ‘무예(武藝)’와 ‘육예(六藝)’ 외에는 ‘예(藝)’자를 붙인 단어가 없었다. 갑골문에서 예(藝)자는 어린 나무를 돌보는 형상으로 인재를 기른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러니까 예(藝)가 곧 인재육성 매너이자 매뉴얼이었다.

고대 중국에선 귀족 자제라면 무예(武藝)는 기본, 반드시 육예(六藝)를 학습해야 했다. 예(禮), 악(樂), 사(射), 어(御),서(書), 수(數)가 그것이다. 여기서 어(御)는 수레, 즉 마차를 모는 기술을 말한다. 그렇지만 한반도에선 나라가 작고 도로가 발달하지 않아 마차를 몰아 전투를 하거나 여행을 다닌 적이 거의 없다. 도구나 기기를 다루는 소질이 부족한 원인이겠다.

한국은 불과 백여 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서민층 상당수가 사실상 맨발로 다니다가 마차도 안 몰아보고 바로 자동차를 몰게 되어버린 나머지 공공 교통수단 사용 마인드가 거의 원시 미개 상태에서 출발하였다. 하여 OECD회원 국가 중 교통사고율이 최고다. 어디 자동차뿐인가. 한국에서 일어나는 지하철, 기차, 비행기, 여객선 등 끔찍한 대형사고 원인들이 하나같이 어이없는 인재(人災)인 것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안전불감증도 그 때문이겠다.

급발진 사고는 왜 유독 한국에서만 문제인가?
근자에 자동차의 첨단화와 함께 급발진 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헌데 전 세계에서 유독 한국만이 이 급발진으로 인한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한국 자동차의 제조상 결함일까? 헌데 수입차 역시 종종 일으킨다. 당연히 서구에서도 급발진이 일어나지만 한국처럼 끔찍한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때마다 운전자는 자동차 결함 때문이라 하고, 제조사는 운전자 과실이 원인이라며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아무튼 원인이야 언젠가는 밝혀지겠지만 운전자로선 당장 어떻게 하면 급발진 사고 때 큰 피해 발생을 예방할 수 있을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대부분 선진국 운전면허 시험에선 저속제한 도로에서 출발할 때는 물론 아파트나 주차장, 건물들 속에서나 공장 구내에서 운행할 때 반드시 기어를 2단에 놓아야 한다. 대로에 나와서야 D에 놓고 달린다. 해서 설사 급발진이 일어나더라도 2단까지이기 때문에 인명사고로 연결되지 않고 가벼운 사고로 끝난다. 이것 어기면 바로 강제 하차, 불합격이다. 운전이 곧 인격! 불특정 대중이나 상대에 대한 배려,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인식 여부를 보기 때문이다.

자동차 등 공공 교통수단 사용문화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운전습관을 그저 각자의 개성 혹은 취향이려니 하고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서구 사회에선 운전 습관을 테이블 매너 이상으로 상대를 평가하는 도구로 여긴다. 운전은 매너의 기본이란 인식이 어릴 때부터 길러져 있기 때문이다.

자기중심이 아닌 인간존중의 운전문화를!
2006년 10월 3일 오전 7시 50분 경 서해대교 29중 추돌사고는 실상 사고유발차량들이 안개속에서 전조등, 미등을 안 켜고 속도를 내다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행히도 바로 다음날, 같은 장소, 역시 안개가 끼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차들은 전조등과 미등도 켜지 않고 과속으로 달렸다. 그런 끔찍한 사고를 겪고도 도무지 사회적 학습이 안 된다는 거다.

한국인들의 부족한 배려심은 운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상대방 대응인식이 거의 없다. 연료비 아낀다고, 혹은 자기는 앞이 잘 보인다고 라이트나 미등을 켜지 않는 것은 상대방 대응인식이 없음이다. 한국인들의 운전 습관이 엉망인 것과 사회적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그만큼 그런 인식이 부족하다는 반증이겠다.

유럽 일부 국가는 고속도로에서 대낮인데도 라이트를 켜도록 의무화한 곳도 있다. 시내에서의 운전습관이 엉망인 이탈리아지만 의외로 고속도로에선 사고가 적은 이유가 그 때문이다. 라이트를 켬으로써 사고치지 못하도록 미리 인식시키는 것이다. 그러니 ‘라이트를 끄시오’란 경고문이 내다걸린 한국의 최신 터널을 보고 그들이 얼마나 황당했을까?

서구인들은 운전이라는 일상생활의 장르에서 상대를 인식하고, 나를 상대에게 인식시키는 반복된 연습을 통해 불특정 대중과 소통하는 법을 깨닫는다. 라이트나 미등을 켜는 것은 상대에게 나를 인식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이런 운전습관이 몸에 배이면 사회생활에서 시민들과 원활하게 소통하게 된다.

분노 대신 ‘태도적 가치’에 대한 성찰을!
기관사, 조종사, 스튜어디스, 선장, 운전수, 소방관, 경찰관, 군인 등은 이미 그런 직업을 선택했을 때 유사시엔 목숨을 잃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선 국민이나 시민, 승객의 안전을 위해선 자신의 목숨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또 그렇게 훈련받았다. 그 초심이 바로 ‘태도적 가치’겠다.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의 어이없는 방화사건 때 전동차 문을 잠그고 혼자 내뺀 정신 나간 기관사 때문에 192명의 희생자를 냈다. 헌데 2005년 1월 5일 홍콩지하철 해저터널 구간에서 대구지하철과 똑같은 방화사건이 발생했지만 기관사와 다음 역 역무원들의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으로 14명의 경상자만 내고 28분 만에 화재를 완전 진압했다.

이번 <세월호> 침몰 때 승객들을 사지에 내버려두고 자기네 형제들만 이끌고 먼저 탈출한 선장은 ‘태도적 가치’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악마가 어디 따로 있으랴. 그는 불과 2년 전 승객 3백 명을 버리고 탈출한 이탈리아 유람선 코스타 콩코디아호 선장에게서 ‘경험적 가치’도 못 배웠다. 평소 자신의 행동이 불특정 다수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에 대한 인식 훈련이 안 된 탓이다.

인간존엄성에 대한 성찰 없이는 결코 주인이 될 수 없어
주인의식 부재! 사회적 학습이 도무지 안 되는 이유다. 자신의 직무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과 의무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그런 자들이 그런 일을 맡았다는 사실이 불행이라면 불행이겠다. 그리고 그런 것이 허용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시스템과 허접한 매뉴얼이 문제라면 문제겠다. 공인의식, 공공공간에 대한 개념이 없다보니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정규 서비스는 고사하고 끔찍한 대형사고 가능성이 우리 모두에게 항상 열려있다.

세계10위 무역대국, OECD회원국, G20회원국에 어울리지 않는 어이없는 대형사고에 망연자실하지만 그도 그때뿐. 아무렴 이런 기막힌 일이 이 나라에서 어제오늘의 일인가. 총리, 대통령까지 현장을 찾아 사건 수습을 독려했지만 오히려 갈수록 우왕좌왕 허둥댄 것은 재해대책담당기관마저 현장선도형 인물이 아닌 탁상행정가들이 윗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음이겠다.

얼빠진 선장에게 돌멩이 던지고 분노하는 일은 쉽다. 그런다고 이런 일이 언제 또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랴. 자동차와 배를 만들어 수출까지 하지만 그것을 다루는 매너는 아직도 저급한 수준. 불특정 대중에 대한 인식, 존중, 배려 및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에 대한 전 사회적인 인식과 마인드 전환이 절실하다.

선진사회로 들어가기 위한 체질개선작업 시작해야
박정희 시대까지만 해도 한국 공공기관에서의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 수준은 점진적으로 높여갔다. 잘못하게 되면 중앙정보부를 시켜서라도 즉각 혼을 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아웅산 테러 이후 급격하게 공직사회의 긴장이 풀어지더니 노태우 정권부터는 하향평준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민주화와 함께 경제만 성장하면 모든 것이 해결 될 줄 알고 누구도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했었다. 이후 문민정부에 들어 대중소비시대를 맞으면서 공공기관은 물론 국민들 모두 본격적으로 타락해갔다. 민간기업 역시 비약적인 성장에 오만해진 오너들의 전횡으로 타락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제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는 순간 국민 모두가 뭔가 거대한 벽에 맞닥뜨린 것 같은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하겠다. 민주화와 기술만 가지게 되면 절로 선진국민이 될 줄 알았는데 좀처럼 실질소득도 오르지 않고 행복하지도 않다. 하여 마지막으로 선진국 따라 복지를 늘리는데 이번엔 일자리가 사라지고 자살률만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지난 날 후진국에서 개도국으로 넘어갈 때 치열한 체질개선작업을 했었다. <국민교육헌장>과 <새마을운동>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책임과 의무, 그게 바로 주인의식이겠다. 한데 이후 개도국에서 중진국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기 역시 그에 부응할만한 보다 업그레이드 된 체질개선작업을 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타락해버렸다.

피를 갈아서라도 전근대적 근성을 버려야!
사실 지금의 대다수 한국인들은 고도성장, 압축성장의 에스컬레이터에 편승해 쉽게 성공하고 출세한 덕분에 ‘어떻게 살 것이냐?’에 대한 깊은 인간적 성찰 없이 그냥 떠밀려 막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패 없는 성공, 좌절 없는 성장에 취해 번데기 속에서의 지난한 기다림과 용틀임의 고통도 모른 채 그저 살찐 애벌레로서의 배부름에 겨운 삶을 살아온 건 아닌지? 해서 나는 것을 포기하거나 아예 잊어버린 건 아닌지?

그토록 바라던 자유와 평등은 방종과 태만을 불러들여 그나마 남은 주인의식마저 싹 지워버렸다. 정부가 외치면 그 어떤 아젠다도 국민들은 순순히 받아들이길 거부했다. 그래야 민주인사이고 지성인인 줄 알았다. 하여 매 정권마다 ‘개혁’이니 ‘혁신’이니 ‘참여’니 ‘새정치’니 하는 구호만 남발하며 헐뜯기와 떼쓰기로 세월만 낭비한 것이다. 그러다가 바야흐로 선진국으로 올라서려는 순간 문턱에서 자칫 제풀에 고꾸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건, 아니 ‘사태’는 가감 없는 우리의 본 모습이다. 기초적인 그 모든 것들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리가 믿고 자신하던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허구였고 가식이었는지! 가장 기초적인 하드웨어조차 갖추지 못했음에도 눈만 뜨면 ‘미래’니 ‘창조’니 하는 퍼포먼스에 빠져 있었다.

지붕이 무너지고, 연이어 구들장이 꺼지고 있지만 “누구는 운이 좋아서, 누구는 운수가 사나워서!” 고작 운수타령이 매뉴얼의 전부다. 침몰한 건 <세월호>만이 아니었음을, 그전에 이미 대한민국호가 가라앉고 있음을 우린 애써 아니라고 우겼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눈치와 책임회피, 조작과 선동이 구명조끼인양 서로 거머쥐려고 버둥거리고 있다.

기적은 없다. 처음으로 돌아가야
대한민국이 이대로 선진국 문턱을 넘어서려다가는 엎어지거나, 미끄러지거나, 점점 더 불행해질 뿐이다. 하여 끊임없이 실망하고 원망하고 분노하고 좌절할 것이다. 이제 이렇게 사는 것에 넌더리가 날 지경이다. 진정한 혁신, 피를 갈고 뼈를 깎는 체질개선작업 없이는 창조경제 역시 5년짜리 구호로 끝날 수밖에 없고, 가치경영 등 또 다른 선동적인 헛구호로 공염불할 수밖에 없다.

차라리 여기서 한 발 물리는 한이 있더라도 과연 우리가 중진국다운 매너와 품격, 그리고 문명인다운 자세를 지녔는지, 또 선진국으로 들어가기 위한 체질개선작업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깊은 성찰을 다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이는 이 나라 리더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숙제이기도 하다.

예(藝)가 무너진 날! 대한민국 또 하나의 국치일 4월 16일. 하지만 망각의 민족이다. 이참에 당장 국치일 달력을 만들어 대통령 집무실은 물론 모든 공공기관, 공공장소에 걸어놓고 기억시켜 경각심을 가지게 했으면 한다. 피건 눈물이건 분노건 뱉지 말고 모조리 삼키자. 제발 깊이깊이 성찰해서 손수건이나 돌에 새기지 말고 우리 모두의 뼈에 새겨 죽어서도 매일매일 조금씩, 조금씩 아파하자.

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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